한국 vs 일본 — 국가채무 비교
비율과 절대액 — 두 지표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일본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262% of GDP, IMF 기준)은 OECD 최고치지만, 내국인 보유 비중이 85%+로 외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 D1(≈49%)은 비율은 낮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외채 비중이 높다.
| Country / Series | Debt / GDP | Household / GDP | GDP (T USD) | Debt (T USD) | Note |
|---|---|---|---|---|---|
| Korea (D1) | 48.7% | — | 1.88 | 0.92 | D1: central + local gov only |
| Korea (D2, IMF basis) | 56.5% | — | 1.88 | 1.06 | |
| Japan (general gov, gross) | 262.0% | — | 4.09 | 11 | 85%+ domestically held; BoJ ≈ half |
일본이 262%인데도 위기가 아닌 이유
일본의 일반정부 총부채는 GDP의 262%로 선진국 중 압도적 1위다. 한국 D1(45.8%)의 다섯 배가 넘는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일본은 이미 여러 차례 국가부도를 겪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채 금리가 오랫동안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결정적 차이는 누가 그 국채를 들고 있느냐에 있다. 일본 국채의 85% 이상이 국내에서 보유되며, 그중 상당 부분을 일본은행이 직접 들고 있다. 자국 통화로 발행되고 자국민이 보유하는 부채는 외화 부족으로 인한 지급불능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가 갚아야 할 상대가 결국 자국 가계와 자국 중앙은행이라는 뜻이다.
총부채와 순부채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262%라는 숫자는 총부채(gross) 기준이다. 일본 정부는 동시에 막대한 금융자산을 보유한다. 연금적립금, 외환보유액, 정부계 금융기관 지분 등을 차감한 순부채(net) 기준으로는 155%로 내려간다. 100%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회계 기준 하나로 발생한다.
그렇다고 순부채가 "진짜" 숫자인 것은 아니다. 정부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은 연금 지급이라는 미래 채무에 대응하는 자산이라, 부채 상환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아니다. 총부채는 과대평가, 순부채는 과소평가라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을 일본과 비교할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총부채끼리, 순부채끼리 비교해야 하며 서로 다른 기준을 섞으면 결론이 뒤집힌다.
한국이 일본의 경로를 따라갈 수 있는가
"일본도 262%인데 한국 46%는 여유롭다"는 논리는 두 나라의 조건이 같을 때만 성립한다. 엔화는 국제 준비통화 바스켓에 포함되고 위기 시 안전자산으로 매수되는 통화다. 원화는 그렇지 않다. 대외 충격이 오면 엔화는 강세로, 원화는 약세로 움직이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관찰돼왔다.
가계 저축이 국채를 흡수해온 일본의 구조도 한국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가계는 순저축 주체라기보다 GDP 대비 90%의 부채를 진 차입 주체에 가깝다. 국채를 사줄 국내 여력의 두께가 다르다는 뜻이다. 인구 고령화 속도는 한국이 더 빠르므로, 일본이 30년에 걸쳐 도달한 지점에 한국은 더 짧은 시간에 도달할 수 있다. 일본의 262%는 한국에 여유의 근거가 아니라 시간표의 경고에 가깝다.
잔액보다 이자가 먼저 온다
부채 위기를 논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숫자는 GDP 대비 잔액이지만, 재정 운영에서 먼저 제약이 되는 것은 대개 연간 이자 지출이다. 잔액은 만기까지 시간이 있지만 이자는 매년 예산에서 현금으로 나간다.
일본이 262%를 감당해온 조건 중 하나는 초저금리였다. 금리가 0에 가까우면 잔액이 아무리 커도 이자 지출은 통제 가능한 범위에 머문다. 반대로 금리가 정상화되면 같은 잔액에 붙는 이자가 몇 배로 늘어난다. 일본 재정 논의의 초점이 잔액에서 이자로 옮겨간 것이 이 변화를 반영한다.
한국은 잔액 비율이 낮은 대신 금리 수준이 일본보다 높았던 기간이 길다. 잔액 대비 이자 부담의 비율로 보면 격차는 비율 격차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두 나라를 비교할 때 잔액만 보면 이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실무적으로 확인할 지표는 세 가지다. 이자 지출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자 지출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평균 조달 금리와 명목 성장률의 차이다. 마지막 항목이 음수이면 부채 비율은 새로 빌리지 않아도 저절로 내려가고, 양수이면 저절로 올라간다.
이 표를 읽는 순서
첫째, 한국은 D1인지 D2인지, 일본은 총부채인지 순부채인지 기준을 맞춘다. D1과 총부채를 비교하면 격차가 최대로 벌어지고, D2와 순부채를 비교하면 격차가 줄어든다. 둘째, 비율보다 통화의 지위와 보유 주체를 본다. 이 두 가지가 같은 비율을 전혀 다른 위험으로 만든다.
셋째,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것은 "고부채도 괜찮다"가 아니라 "고부채를 견디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이다. 넷째, 두 나라 모두 이자 부담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함께 확인한다. 부채 잔액보다 이자 지출이 예산을 압박하는 속도가 실질적인 제약으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Takeaway
"부채 비율이 낮다"만 보면 한국이 우월해 보이지만, 외채 비중·이자 부담·인구 감소 속도까지 보면 장기 경로는 양국 모두 엄중하다.
Sources: BoK ECOS, MoEF Open Fiscal Data, IMF WEO Apr 2025, BoJ debt statis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