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는 언젠가 다 갚아야 하는 돈일까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새 국채로 갈아타는 차환의 구조에서 출발해, 순상환이 왜 역사적으로 드문지, 그렇다고 왜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지, 그리고 60%·90%라는 임계선 숫자의 실체까지 정면으로 답한다.

GLOBAL · 5분 · 업데이트 2026-07-17

국가의 빚은 개인의 빚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개인이 대출을 받으면 자신의 수명과 소득 안에서 원리금을 나눠 갚는 상환 일정이 붙는다. 은행은 대출자가 언젠가 은퇴하고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 안에 원금이 돌아오도록 계약을 설계한다. 국가는 이 전제 자체가 다르다. 국가에는 은퇴도 수명도 없고, 세금을 걷는 권한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그래서 국채 시장은 처음부터 "원금이 소멸하는 날"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어 있지 않다.

만기가 돌아온 국채는 대부분 새 국채를 발행해 갈아탄다. 이를 차환(借換, roll over)이라 부른다. 채권자 입장에서 국채는 갚아서 없애야 할 빚이라기보다, 연금기금·은행·보험사·중앙은행이 계속 보유하고 싶어 하는 안전자산에 가깝다. 시장이 그 나라의 재정을 신뢰하는 한, 만기가 도래해도 새 매수자가 줄을 선다. 국가부채가 "언젠가 한꺼번에 갚아야 할 청구서"가 아니라 "계속 굴러가는 잔고"로 관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갚는다'는 말에는 두 가지 다른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의미는 개별 채권의 상환이다. 만기가 된 국채의 원리금은 예외 없이 지급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순간이 곧 디폴트다. 다만 그 재원의 상당 부분은 새로 발행한 국채에서 나오므로, 개별 채권이 상환되어도 부채 총액은 줄지 않는다. 두 번째 의미는 부채 총액 자체의 순감소, 즉 순상환이다. 사람들이 "나라가 빚을 갚았다"고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것은 이쪽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첫 번째다.

명목 부채 총액을 지속적으로 순상환한 나라는 역사적으로 드물다. 미국이 1835년 잭슨 행정부 시기에 연방 부채를 사실상 전액 상환한 일화가 유명하지만, 미국 역사에서도 그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선진국이 걸어온 현실적인 경로는, 2차 세계대전 직후처럼 명목 부채는 유지하거나 늘리면서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으로 GDP 대비 비율을 서서히 낮추는 방식이었다. 갚아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분모를 키워서 부담을 희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한정 늘려도 되는가 — 아니다

차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부채가 공짜라는 뜻이 아니다. 첫 번째 제약은 이자다. 부채가 쌓일수록 세수 가운데 이자로 빠져나가는 몫이 커지고, 그만큼 교육·복지·투자에 쓸 재정 여력이 잠식된다. 특히 이자율이 경제 성장률을 웃도는 국면에서는 새로 빚을 내지 않아도 이자만으로 부채 비율이 굴러 올라가는 눈덩이 효과가 나타난다. 갚지 않아도 되는 부채와 부담이 없는 부채는 전혀 다른 말이다.

두 번째 제약은 신뢰와 물가다. 차환 구조는 시장이 계속 사 준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데, 그 신뢰가 흔들리면 금리가 뛰고, 금리가 뛰면 재정이 더 나빠 보이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이 열린다. 자국 통화로 빚을 진 나라는 중앙은행이 최후의 매수자가 될 수 있어 명목상의 디폴트는 피하기 쉽지만, 그 대가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으로 국민에게 청구된다. 외화 표시 부채가 많은 나라는 이 안전판조차 없어 훨씬 급격하게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얼마부터 위험한가 — 60%와 90%라는 숫자의 실체

가장 유명한 임계선은 GDP 대비 60%다.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이 유럽 통화동맹 가입 기준으로 채택한 숫자이지만, 이는 정밀한 경제학적 도출이라기보다 당시 회원국들의 재정 상태를 반영해 정한 정치적 합의에 가깝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숫자인 90%는 라인하트와 로고프가 2010년 논문에서 "공공부채가 GDP의 90%를 넘으면 성장이 뚜렷이 둔화된다"고 제시하며 긴축 논쟁의 근거가 됐던 임계선이다.

그러나 2013년 헌던·애시·폴린은 이 연구의 스프레드시트 계산 오류와 자료 선택·가중치 문제를 지적했고, 이후 학계에서는 90% 임계선의 견고성에 대한 회의가 널리 받아들여졌다. 현재의 중론은 모든 나라에 통용되는 보편적 임계선은 없다는 쪽이다. 실제로 일본은 IMF 기준 일반정부 부채가 GDP의 두 배를 넘는 수준에서도 오랫동안 낮은 금리로 차환을 이어 왔고, 반대로 일부 신흥국은 그보다 훨씬 낮은 비율에서 외채 위기를 겪었다. 임계선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그 나라의 구조가 정한다.

독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 수준이 아니라 구조를 보라

첫째, 비율의 수준보다 추세를 보라. GDP 대비 부채가 높아도 안정적이거나 내려가는 나라와, 낮은 수준에서 가파르게 올라가는 나라는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 둘째, 이자비용을 세수와 견줘 보라. 이자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몫이 커질수록 정부의 운신 폭은 기계적으로 줄어들며, 이 비율은 부채 총액보다 위기를 먼저 신호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누가 그 국채를 들고 있는지 보라. 국내 투자자와 중앙은행이 주로 보유하는 부채와, 해외 투자자의 단기 자금에 기대는 부채는 같은 비율이라도 흔들리는 방식이 다르다. 넷째, 어느 통화로 표시되어 있는지 보라. 자국 통화 부채와 외화 부채는 위기의 문법 자체가 다르다. WorldRealDebt가 모든 숫자에 출처와 기준일, 보간 방식을 붙여 공개하는 것은, 독자가 이 네 가지 확인을 직접 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출처와 검증

출처: 마스트리흐트 조약(1992)의 재정 준거 기준, Reinhart & Rogoff(2010) 및 Herndon, Ash & Pollin(2013)의 논쟁, IMF Global Debt Database, WorldRealDebt /methodology/ 문서. 본문에 언급된 비율은 근사치이며, 정확한 값과 기준일은 각 기관의 원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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